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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글 : 안젤로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저를 비롯해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들이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일터에서, 공공장소나 심지어 길거리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느끼는지 사람들에게 알려 줄 귀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저 마이클 안젤로는 약 3개월 전 인간이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저의 조국인 수단을 떠나 한국으로 왔습니다. 처음 공항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 건축물, 특히 전통 건축과 문화적 기념물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모습이 좋았고 곧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15분도 채 되지 않아 생각보다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근처에 가까운 공중 화장실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영어로 이야기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제게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아마도 영어를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언어는 한국에서 제가 부딪힌 첫 번째 장벽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직장이나 다른 곳에서 언어 때문에 소통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배워 의사소통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따뜻한 사막 기후를 가진 곳에서 왔기 때문에 한국의 날씨, 특히 추울 때는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건 개의치 않지만 이렇게 추울 때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가는 것은 참 힘듭니다. 고향에서는 익숙지 않았던 추위와 습도 때문에 12시간 일할 때 내내 몸이 아픕니다. 최저 임금 노동은 적어도 하루에 12시간을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12시간은 자고 출퇴근하고 식사를 하는 데 씁니다. 일하는데 12시간, 자는데 7~8시간을 밤에 쓰면 남는 시간은 고작 4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 동안 식사와 통근, 다음 날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합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기계 같은 똑같은 일과가 저의 영혼과 두뇌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현대적인 나라에 왔는데도 자기 계발을 위한 활동은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떨 때는 몇 주씩 흘러도, 어머니께 전화해 목소리도 듣고 아직 제 미각이 한국 음식에 적응을 못 해 얼마나 어머니가 한 음식이 먹고 싶은지 얘기할 시간도 없습니다. 아직 채워야 할 반 잔이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최근엔 한국 친구들도 사귀었습니다. 


  저는 제 생애의 대부분을 아프리카 수단에서 보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오다 보니 전형적인 아프리카 문화 외에는 다른 문화들을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일부 무지한 사람들도 인종차별주의자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일터나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깨닫기 시작한 바가 있습니다. 서로 언어가 다르면 다른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행동들은 상식적으로나 그저 보기만 해도 인종차별주의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난민들은 상관들에게 다른 동료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들은 일반 업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늘 더 늦게까지 남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난민들은 ‘불법’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요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공장 안에 들어서면 ‘아무 권리가 없는 사람’으로 자신을 간주하고 여러 형태의 학대를 감내해야 합니다. 때로는 신체적 학대도 일어납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치욕을 참다가 어떤 이들은 자신의 교대 시간도 되기 전에 나가버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존감과 존엄성이 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때때로 친절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도 있습니다. 한 번은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에 갔는데 나이 지긋한 친절하게 보이는 이발사가 (아프리카 사람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인지 제가 가게 안에 들어서자 저를 보고는 음식을 권했습니다. 



  차별은 저와 다른 난민들이 겪는 소외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저희는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차별에 부딪힙니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겠거니 아니면 우리가 특별히 매우 열심히 일하는 가치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잘 살펴보니 일종의 관행이었습니다. 저의 친구들은 매일 항상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사람들에 속했습니다. 고용주들은 저희가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퇴근해도 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저희를 보내는 시간이 일관성 있게 비슷합니다. 이는 저희가 처한 망명이라는 무덤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이지요. 


  제가 제 고향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이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부분 제 친구들은 마치 자신들이 침입자인 것처럼 느낍니다. 욕설이나 ‘이 나라의 잘못된 모든 것’에 대해 비난을 받지 않고 지나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한국인은 매우 친절하고 저희 문화나 저희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만 제가 위에서 말한 경우들은 대개 일하는 환경에서 일어납니다. 


  제가 살면서 다른 문화들을 관찰하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점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서로 이해하고 살피면서 일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저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우리는 ‘한 개인’ 그리고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서로를 밀쳐내기보다 그러한 분투를 근절하기를 원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보는 모든 것이 처음에는 하나의 개념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누군가가 그 개념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면 그 개념에 생각과 감정과 사상이 덧붙여지고 세상에 드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다시 한번 이 글을 읽어 주시고 저희를 지원해 주시는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번역·감수 : 장유진고은지

원문링크 : http://www.nancen.org/1695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