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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 MEAL FOR REFUGEES, 정민희


(사진: 2018년 1월 1일, 이와와키산(岩湧山) 정상)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오사카에서의 첫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신사에 줄지어 모여드는 사람들, 일본 특유의 신년 장식, 생소한 새해 인사... 여기서는 헤어질 때 내년에 볼 사람에게 연말까지 사용하는 새해 인사(良いお年をお迎えください)와, 1월 1일이 되었을 때 비로소 사용하는 새해 인사(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가 따로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3년 전인 2015년 1월, 뜻밖의 (난센) 인턴 합격 소식과 함께 좌충우돌 인턴쉽을 시작했더랬습니다. 추운 날씨에 먼걸음 마다않고 난센을 방문해 주셨던 분들께, 그 때 따뜻한 새해 인사 한 마디를 건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기본적인 것조차 불안정해지고 낯설게 된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던 그 분들의 얼굴과 그 때 느꼈던 감정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 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난센에서의 인턴 생활을 종료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오사카에서 몇달 간 머물렀었는데, 다시 이 곳에 와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온 단체가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Meal for Refugees(이하 M4R)인데요. 난민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강연회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강연회는 문턱이 높아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난(難)’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좀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해보고자 했던 한 학생의 바람이, ‘음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난민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름만 보면 난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M4R은 난민 고향의 맛을 담은 ‘가정 요리’를 ‘학식’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랍니다. 


  마침 돌아오는 주에, 오사카 대학 미노 캠퍼스에서  M4R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는데요. 한대(阪大) M4R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어학부 2학년 하마다 아카리(濱田 朱莉) 학생이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하마다 학생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미노 캠퍼스에서의 첫 시행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난민에 대한 것이 얼마나 전달이 되었는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다만 난민에 대해 ‘하나를 알게 되는 계기(1つの知るきっかけ)’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오사카대학 미노캠퍼스 M4R 포스터)
(왼쪽 위) 파키스탄풍 빵푸딩 (왼쪽 아래) 친풍 치킨 소송채小松菜 카레
(오른쪽 위) 스리랑카풍 치킨&야채 스파이시 볶음 (오른족 아래) 콩가루가 들어간 버마풍 샐러드 우동





  아쉽게도 제가 도착했을 때는 메뉴가 이미 다 팔리고 없었습니다. ㅠ.ㅠ (생협 직원분에게 여쭤보니,  하루에 약 100개에서 120개 분량을 준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배가 고팠던 참에 메뉴가 동이 나서 무척이나 아쉬웠는데요. 한끼 식사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밥이 (양에 따라) 가격이 나뉘어져 있는데다, 반찬 또한 먹고 싶은 것만을 사서 먹을 수 있다는게, ‘역시 일본이구나' 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구요. 






(사진: 파키스탄풍 빵푸딩 / 친풍 치킨 소송채(小松菜) 카레) 



  하마다 학생과 살짝 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하마다 학생은 고등 학생 때부터 난민 문제에 대해 줄곧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와서 선배의 소개로 M4R을 알게 되어 활동을 시작, 지금은 (하마다 학생을 포함해) 캠퍼스에 단 두 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2주 간의 첫 도입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난민 그리고 M4R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많은 레시피 중 학식으로 제공되는 메뉴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물어보았습니다. “12월 즈음에 생협 쪽으로 가격과 메뉴를 정하기 위해 메일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같은 대학의) 도요나카 캠퍼스에서 했던 메뉴 외에는 어렵다는 답신을 받아서 그대로 정하게 되었죠.”


  음식을 통해 난민을 알리려고 하는 사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해 단식(ハンスト)을 시작한 외국인 수용자들을 응원하며 촛불을 든 사람… 모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 40명의 시민들이 오사카 입국관리국 앞에 모여, 1일 3식 예산 824엔으로 책정된 형편없는 식사에 반대하여 시작된 (수감자들의) 단식 운동에 힘을 보태기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요. 


  “난민이나 이주민, 외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대학원에 진학하여, 어떻게 해야 외국인과 일본인의 대립 혹은 차별이 조금 줄어들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하마다 학생이 말한 ‘하나를 알게 되는 계기’가, 어디선가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후기를 마칩니다. 





*Meal for Refugees(M4R)

음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난민을 ‘알리고’, 발생한 수익은 전액 기부함으로써 난민을 ‘돕는’, 학생+일본 난민지원협회(JAR)의 공동프로젝트. 2013년 2월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대학, 1개의 고교가 참여하였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각지에서 온 난민들과 난민지원협회가 공동으로 만든 레시피책 「海を渡った故郷の味(Flavours Without Borders)」에 소개된 요리를 바탕으로, 난민 고향의 맛을 담은 메뉴를 학식으로 제공한다. 학교 뿐만 아니라 회사, 사회 곳곳에서의 영역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7년 한해 약 2만명(19,628명)의 난민 신청이 이루어졌고, 전년 대비 8,727명 증가했습니다. 그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20명, 인도적 체류를 인정받은 사람이 45명입니다.


meal4ref.org (공식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ealforrefugee (공식 페이스북페이지)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