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김연주)

  

여느때보다 긴 겨울이 지나갔다. 사무실은 데워지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또 많이 건조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겨울 뒤돌아보면 난센에는 이별의 시간과, 만남과 재회의 시간이 있었다. 난센을 만들고 이만큼 성장시키고 이끌어 오신 김성인 사무국장님을 떠나보내고, 작년 5월부터 난민인권강좌를 열심히 꾸린 경주, 가람, 다은, 일식님을 떠나보냈다(윤주님은 2월까지 함께하고 계시는 중이다). 함께 한 공간에서 지지고 볶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난센과 내 삶에 있어 참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인데, 그 고마움을 잘 전하지 못하고 아쉽게.. 쉽게 보내버린 것 같아서 자꾸만 죄송하다. 굴렁쇠가 굴러가듯이 일이 끊이지 않는 난센의 일상에 떠밀려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한 분 한 분 슬그머니 떠나가신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고,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자꾸만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공간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각자 열심히 살아가면서 마음으로 지지하고 함께할 것이고, 또 그러다가 언젠가 만날 것이라고 내 미안함과 아쉬움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새롭고 반가운 분들이 난센을 계속 채워주고 계시다. 1월과 2월에는 마린, 윤주님이 난센과 함께하고 싶다고 똑똑 난센의 문을 두드려주셨다. 구세주처럼! 허덕이는 난센에 나타나 생기를 불어넣고, 온갖일들을 척척척척 해내시는 중이다. 그리고 정말 그리웠던 륭륭이 알바생으로 다시 돌아와 난센의 빈구멍들을 쏙쏙쏙 메워주고, 또 내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다. 
 
난민분들을 만나며 매일 30분 간격으로 고구마 줄기를 파내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으면서도, 최강의 에너지와 책임감으로 한 분 한 분 얘기를 듣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벽에 부닺힌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노공과 소련, 활동의 날개를 활짝 펴서 최전방에서 열정적으로 난센의 방향을 찾아가고, 난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린, 난센으로 인해 온몸이 '소진되었다' 말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계속 애써가며 난센의 활동과 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슬.. 내 멋진 동료들.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었지만,  기분 좋은 추억을 쌓고, 웃고 떠들고 행복해하며, 난센에서의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던건 이렇게 함께한 사람들이 있어서 였던 것 같다. 진심으로!    



그린(고은지)


1. 겨울에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창밖에 눈이 펑펑 내리던 2017년 12월 31일에 난센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더라구요.. 지난 한 해는 특별히 더 난센과 찐~~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2. 지난 겨울 동안은 국가인권정책계획과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난민의 권리가 소외되지 않고 포함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난민법 개정을 위한 난민네트워크 활동과 HIV에이즈, 장애인, 성소수자 등 소수자난민권리를 위한 인식확산 활동을 했습니다. 또 난민과 시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에세이 활동 등을 동료활동가분들과 진행하였습니다. 난민심사와 처우 등에 있어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사례에 개입하고 난민인권센터가 지향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활동평가 워크샵과 운영위를 하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3. 어떻게 인생이 오늘에 다다랐는지 돌아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12년 전 여러 질문들을 가지고 방글라데시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난민을 만나게 되었으며, 티베트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난센일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었고, 한국에 돌아와 사회복지 공부를 하며 난센에서 난민의 처우권리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꿈꿔왔습니다.


4. 이런 배경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처우' 입니다. 그동안 여러 단위에서 난민정책이 논의되어 왔으나 상대적으로 '심사'이슈에 비해 '처우' 이슈는 잘 다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난센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하나하나의 삶들은 난민심사와 더불어 처우의 권리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처우'라는 방대한 이슈를 집중할 의제로 선택하고 하나씩 풀어나가며 난센의 역할들을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난민분야에서 애쓰고 있는 다양한 활동가/변호사와 연대하여 2025년까지를 1차 목표로 두고 하나하나 문제들을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5. 소련이 컴퓨터 이야기를 해서 그런데.. 컴퓨터를 구입한 것은 지난 겨울동안 난센이 제일 잘한 일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기적처럼 컴퓨터 구입을 위해 후원해주신 분들과, 가장 저렴한 컴퓨터 구입을 위해 용산상가를 발로 뛰어주신 분들께 활동가 이야기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6. 마지막으로, 지난달 페이스북에 남겨 주신 하나의 댓글을 남깁니다. "기부금 지정이 되지 않은 난센이 자랑스럽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길을 가더라도 함께 지지해주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두렵지 않습니다. 다시, 봄을 위해 이곳에 들르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노공(이현주)



파도타기를 하려고 파도를 기다리며 서있을 때 처럼, 연초에 맞게될 기부금영수증의 여파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난센을 둘러싸고 손을 꼭 잡아주신 많은 분들의 위로와 격려로 작지 않았던 파도를 잘 넘기고 있습니다. 새삼, 원치않은 상황에 놓여진 개인들에게 응원의 말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저희가 경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겨울까지 단기활동가로 시작한 저와 소련님의 발걸음을 함께 떼어주셨던 김성인 전 국장님께도 감사드리며, 광주에서 다시 시작하시는 난민인권활동이 자리를 잘 잡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업무지원 관련해서 계속 연락해도 괜찮다는 말씀 잊지않고 있습니다^^.


겨우내 뛰어난 자원활동으로 저희의 두 줄기 빛이^^ 되어주신 윤주님과 마린님께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원하셨던 길위에서 마음껏 달리시리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새로운 난센의 영어 홈페이지를 만들어주신 나탈리님, 처음 연락드렸는데 흔쾌히 화성보호소에 동행하셔서 뱅갈어 통역을 해주신 애련님, 부탁드린지 몇 시간만에 유튜브 영상 번역을 해주신 아비르님...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큰 실수에도 이해와 응원을 해주신 미래청 401A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께도 죄송함과 고마움을 전달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실수라고 사과하시는 난민분께 사죄도 감사의 인사도 모자람을 느낍니다. 



난센과 함께 할 촉촉한 봄날을 기대하며, 모두에게 봄 기운이 듬뿍 나길 바랍니다! 

  


소련(구소연)


1. 난센에 새로운 컴퓨터가 생겼습니다! 이제 더 이상 백팩에 노트북을 넣은 채 출퇴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클릭하면 바로 프로그램이 실행됩니다. 업무의 효율이 수십배 증가하였습니다. 후원해주신 여러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 올해 난센 기부금영수증 발급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후원회원님들께 소식을 전했는데, 질책이 아닌 격려와 응원으로 화답해주셔서 크게 감동했습니다. 난센이 가야할 길이 멀지만, 함께해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그 길이 외롭지만은 않다고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더 많은 분들과 더 즐겁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2018년의 시작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최근 몇몇 난민인정자의 난센 방문이 있었습니다. 한 분은 4개 국어를 할 수 있었고, 다른 분은 의대를 졸업한 수재입니다. 이 분들이 가장 원하는 건 자신들의 능력을 조금이나마 발휘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분들이 찾을 수 있는 일은 대부분 단순노무직이고, 그 마저도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난민법상 난민인정자는 외국에서 취득한 학력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으나, 신청 방법과 절차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난민으로 인정받더라도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크게 제한된 것입니다. 난민은 그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능동적인 주체이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가지치기하듯 그들의 의지, 용기, 희망, 자존감, 존엄, 나아가 존재마저 꺾음으로써 그들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Posted by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