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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 소수자 난민 더하기 교육> 후기 


권영민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자원활동가)


들어가며

 

미국에서 중동국가 출신의 성소수자 난민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다른 난민들처럼 박해를 받을 두려움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분이었죠. 그런데 그분이 두려워한 대상은 정부뿐 아니라 가족을 포함한 일반 동포들이었습니다. 그분의 난민 신청을 조력하면서 이 세상에는 때로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같은 난민에게조차 배척당하고 인권을 침해당하는 “소수자 난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배로 고통받는 난민 중의 소수자 이야기는 남의 나랏일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에 찾아오는 난민 중에도 성소수자가 있고 HIV/AIDS 감염인이 있으니까요. 한국인이라도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이라면 차별과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는 현실을 알고 있었기에, 소수자 난민의 인권이 이 땅에서 충분히 보호받고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한국에서 “난민을 지원하고,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하고, HIV감염인 지원을 했던 이들이” 모여 구성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참가해 국내 소수자 난민들과 함께할 날을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수자 난민 더하기 교육>은 HIV/AIDS 감염인의 인권(10/17), 성소수자 인권(10/31), 난민의 인권(11/7) 순으로 총 3회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1회차 교육 (10월 17일: HIV/AIDS 감염인의 인권)




먼저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선생님께서 HIV/AIDS에 대한 이해에 대해 강의해 주셨습니다. HIV는 단순히 신체적 접촉으로 감염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초기에 발견해 약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 등, 매우 중요한 기초 지식이지만 아직도 오해를 받는 사실을 이날 배웠습니다. 또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여전히 병원에 오기 어렵게 만드는 장막으로 작용하며(예: HIV 감염사실이 발각되어 받을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해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받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편견과 낙인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님께서 한국에서 HIV감염인/에이즈환자가 받는 인권침해 현실에 대해 강의해주셨습니다. 가브리엘 님은 한국에서 감염인으로 사는 것을 “‘비감염인’처럼 살 수 없다는 것”으로 정의하셨습니다. 치료 받을 권리, 일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등 감염사실을 알기 전까지 아무 문제없이 누렸던 권리들을 침해 당한다고 하셨습니다. 병원에서는 차별적 언행, 진료 및 입원거부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환자의 건강과 치료를 최우선시해야 할 병원에서 조차 이런 일을 경험했다는 말씀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울러 가브리엘 님 말씀대로 “난민 자체만으로도 막막할 터인데” HIV 정기검사나 약물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HIV/AIDS 감염인 난민신청자나 인도적체류자는 대체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것인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회차 교육 (10월 31일: 성소수자 인권)



2주 후인 10월 31일! 먼저 장애여성공감의 나영정 정책연구원님께서 “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함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해 강의해주셨습니다. 국가가 규정한 “정상가족”에서 벗어난 가족(예: 동성부부)은 아예 배제시켜버리는 가족관계등록법, 일반 형법엔 존재하지도 않는 “추행죄”란 이름하에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고,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자”로 전락시키는 병역법 등이 모두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를 탄생시키는 예라고 합니다.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가족관계등록법, 병역법 등에 대해 문제의식 없이 살아 왔거든요. 지금 당장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이제야 깨달은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 사무국장님의 “드러내기와 숨기기를 통해 본 한국 성소수자의 삶”이란 제목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커밍아웃”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례, “아우팅”(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드러나는 것)을 당해 피해를 입은 사례 등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커밍아웃”했다가 그 사람이 주변에 알려 “아우팅”당한 사례는 특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신에 대해 맘껏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도 서러울 텐데, 그나마 자기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순간 미국에서 지원한 성소수자 난민분이 떠올랐습니다. 그 분 또한 가족과 주변 동포들에게 아우팅 되고 그로 인해 가해질 폭력과 배제가 두려워 피난처를 찾아 국외로 떠나야 했습니다.

 


3회차 교육 (11월 7일: 난민의 인권)

  

마지막이라 아쉬웠던 3회차 교육! 먼저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김세진 변호사님께서 난민협약의 목적과 구조,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그리고 성소수자 난민의 특수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한국을 찾아오는 난민이 많아질수록 성소수자 난민의 수도 늘고 있지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국내 난민심사관들의 이해가 전반적으로 낮고, 또 워낙 엄격하게 성소수자 난민의 “박해 가능성”에 대해 심사하기 때문에 법률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난민인권센터(난센) 고은지 활동가님께서 “한국 거주 난민의 삶”이란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HIV/AIDS 감염인과 성소수자 뿐 아니라 장애인, 노인, 소수인종, 소수종교인, 무국적자 등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 난민”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요, 그들의 삶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데 있어 난민지원 활동가인 본인 또한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고 고백하셨습니다.

 



나가며


3주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비록 드러나 있진 않지만 “소수자 난민”은 분명 우리들 곁에 존재합니다. 총 3회의 교육을 통해 얻은 소중한 지식, 그분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을 위해 사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교육을 주관한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가 앞으로도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소수자의 현실을 이해하고 개선해 나가는 연대의 장을 마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Posted by 난민인권센터